비건 화장품

채식주의자의 화장품 선택 기준, 비건 화장품일까?

ggomi-news 2025. 7. 3. 15:51

채식주의자는 동물의 고통 없는 삶을 지지하는 철학적 태도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관점은 화장품 선택 기준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비건 화장품의 선택은 단지 '피부에 순하니까' 또는 '자연 유래니까'라는 차원이 아니다.
채식주의자에게는 제품의 성분, 제조 과정, 포장재, 기업 철학까지 포함한 총체적 윤리 기준이 존재한다. 반면 일반 소비자는 보통 화장품을 선택할 때 가격, 기능, 브랜드, 후기, 사용감을 우선시하며, 성분이나 윤리성보다 즉각적인 효과와 사용자 경험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번 글에서는 채식주의자의 화장품 선택 기준이 일반 소비자와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오늘날 화장품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채식주의자의 화장품 선택 기준

1. 채식주의자의 화장품 기준은 ‘성분’만이 아니다

1-1. 성분 표기 하나하나까지 확인하는 습관

채식주의자는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전성분표부터 꼼꼼히 확인한다.
콜라겐, 케라틴, 라놀린, 비즈왁스, 카마인 등 동물성 원료는 겉으로 보기에 위협적인 성분이 아니지만, 채식주의자에겐 구매 거절 사유가 된다. 특히 붉은색 색조 화장품에 자주 사용되는 카마인(Carmine)은 연지벌레에서 추출한 천연 색소로, 채식주의자 입장에서는 비윤리적 성분에 해당한다. 이런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 제품은 아무리 기능이 좋아도 선택 대상에서 제외된다.

1-2. 비건 인증 마크의 존재 여부가 결정적

채식주의자는 ‘비건 인증 마크’가 있느냐 없느냐를 제품 선택의 기준점으로 삼는다.
브랜드가 아무리 “자연주의”, “친환경”을 외쳐도, 공식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지 않은 비건 화장품은 신뢰도가 낮게 평가된다.

PETA, The Vegan Society, Leaping Bunny 등 국제적으로 공신력 있는 인증 로고는 채식주의자에게 객관적 신뢰 기준이 된다.

 

2. 일반 소비자의 선택 기준: 실용성과 즉각적인 효과 중심

2-1. ‘자극이 적은가’, ‘발림성이 좋은가’가 핵심

일반 소비자는 화장품을 고를 때 피부 타입에 맞는지, 사용감이 좋은지에 집중한다.
성분보다는 후기와 사용자의 평가, 브랜드 인지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 제품이 동물 유래 원료인지 아닌지’는 비건 화장품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소비자에겐 부차적 요소가 되기 쉽다.

심지어 일부 소비자는 “비건 제품은 성능이 떨어진다”, “기능성 면에서 부족할 수 있다”는 편견을 갖고 있어, 비건 화장품이 우선 선택지로 올라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2-2. 가격과 할인 여부도 중요한 선택 요소

일반 소비자는 기능과 더불어 가격 경쟁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브랜드력이 떨어져도 ‘가성비’가 좋으면 구매로 이어지고, 반대로 윤리적 가치가 강한 브랜드라도 가격대가 높으면 구매 장벽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즉, 일반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만족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채식주의자의 장기적·철학적 기준과 본질적으로 차이를 가진다.

 

3. 제조 과정과 기업 철학까지 보는 채식주의자

3-1.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는가’는 기본 전제

채식주의자가 비건 화장품을 고를 때, 단순히 성분이 식물성인지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다.
해당 제품이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았는가, 더 나아가 브랜드 전체가 동물실험을 금지하는 철학을 갖고 있는가를 함께 고려한다.

일부 브랜드는 특정 제품은 비건이나, 다른 제품에서 여전히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채식주의자는 이런 브랜드를 불완전한 윤리 브랜드로 인식하고, 구매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3-2. 제조 국가, 공급망, 브랜드 태도까지 고려

또한 일부 채식주의자는 제품의 제조 국가나 유통 구조, 공급망의 투명성도 고려한다.
예컨대, 중국 본토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은 법적으로 동물실험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비건 성분이어도 동물실험을 피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이런 정보에 민감한 채식주의자는 글로벌 유통 구조까지 확인하는 꼼꼼한 소비를 지향한다.

더불어, 브랜드가 사회적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는지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비건’을 단지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브랜드인지, 기업 철학 전반에 녹아 있는지를 따져보며, 전자의 경우 “그린워싱”이나 “윤리 포장”이라고 판단해 회피한다.

 

4. 채식주의자와 일반 소비자, 선택의 관점이 다르다

4-1. 소비 자체가 철학인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에게 소비는 곧 철학의 연장선이다.
하나의 제품을 선택하는 행위는 단순히 피부를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권을 보호하고, 환경을 고려하며, 윤리적 생태계를 지지하는 행동이다. 이들은 화장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려 하고, 그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철저히 배제한다.

4-2. 실용성과 편의가 중심인 일반 소비자

일반 소비자는 화장품을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들에게 제품은 일상적인 소비재이며, 크게 신념적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건 화장품이더라도 성능이 뛰어나고 가성비가 좋으면 선택 대상에 오르지만, 그 이유는 윤리보다 실용성에 가깝다.

 

5. 채식주의자의 기준은 뷰티 시장을 어떻게 바꾸는가?

5-1. 브랜드에 '윤리'라는 새로운 과제를 부여

채식주의자의 까다롭고 일관된 소비 기준은 브랜드에게 윤리적 투명성과 철학적 일관성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이는 단지 일부 비건 제품을 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전체의 가치관과 시스템을 바꾸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과거엔 ‘크루얼티 프리’만으로도 브랜드 윤리를 홍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공식 비건 인증, 동물실험 완전 금지, 생분해성 포장재 사용, 공정 노동까지 요구된다.

5-2. 비채식 소비자도 영향을 받는다

흥미로운 점은, 채식주의자의 윤리적 소비 기준이 비채식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건 인증 마크, 무동물실험 표기, 투명한 성분표는 점차 일반 소비자에게도 신뢰의 상징으로 작용하며, 결국 비건 화장품이 전체 뷰티 시장의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론: 화장품 선택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채식주의자와 일반 소비자는 화장품을 고를 때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 일반 소비자는 “이 제품이 내 피부에 좋을까?”를 묻는다.
  • 채식주의자는 “이 제품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진 않았을까?”를 묻는다.

이 차이는 단순히 소비 습관의 차원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소비를 정의하는 철학의 차이다.
그리고 이 철학이 점차 화장품 시장의 윤리적 기준과 방향성을 결정짓고 있다.

이제 소비자 모두가 묻는 시대다.
"이 화장품은 누구의 희생도 담고 있지 않은가?"

그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만이, 미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