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피해야 할 5가지 그린워싱 요소
비건 화장품은 이제 단순한 기능성 제품을 넘어 윤리적 소비와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의 대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동물성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핵심 원칙은 많은 소비자에게 “이 브랜드는 환경도 함께 생각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심어준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비건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면서도 환경적 책임에는 미흡한 브랜드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마케팅은 ‘그린워싱(Greenwashing)’으로 간주되며, 소비자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반드시 피해야 할 5가지 대표적 그린워싱 요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실천적 기준을 함께 제안하고자 한다.
1. “비건”이면서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 사용
1.1 생명을 생각한다면, 자원도 고려해야 한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자주 범하는 첫 번째 그린워싱 유형은 동물 유래 성분은 없지만, 과도한 플라스틱 포장을 사용하는 것이다.
일회용 튜브, 재활용이 어려운 라미네이트 포장, 멀티 레이어 용기 등은 제품 사용 후 엄청난 쓰레기를 유발하며, 결국 환경 보호라는 비건 철학과는 모순되는 결과를 만든다.
1.2 피해야 할 패턴
- 과도한 외부 패키지(상자+비닐+리플렛)
- 화려한 UV 코팅, 금박 인쇄, 접착제 혼합재질 사용
- 내용물보다 포장 무게가 더 나가는 경우
1.3 실천 방안
- FSC 인증 종이, 리사이클 플라스틱, 유리 용기 도입
- 단일 재질(모노재질) 포장 사용
- 포장재 회수 및 리필 프로그램 구축
2. ‘그린’이라는 단어만 강조하고 기준은 없는 마케팅
2.1 그린이라는 말엔 법적 정의가 없다
많은 브랜드가 ‘그린 뷰티’, ‘에코 화장품’, ‘지속 가능한 포뮬러’ 등 감성적이고 긍정적인 단어를 마케팅에 활용하지만, 이러한 표현에는 명확한 기준이나 인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2 소비자 혼란을 유발하는 패턴
- “자연에서 온 ○○”
- “그린 등급 성분 사용”
- “친환경 브랜드를 지향합니다”라는 모호한 표현
이는 실제로 어떤 기준을 따르고 있는지, 어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를 설명하지 않는 이상, 표현만 윤리적인 '표피적 마케팅'으로 간주될 수 있다.
2.3 실천 방안
- 각 표현에 대해 ‘어떤 기준에 근거한 주장인지’ 설명 추가
- 제3기관 인증이나 평가 결과와 연결
- CSR 페이지 또는 ESG 보고서에 자세한 정보 제공
3. 생분해성 포장이라는 허위 이미지
3.1 ‘생분해성’이라고 다 같은 생분해가 아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중 일부는 PLA(옥수수 전분 기반 바이오 플라스틱)나 종이+PE 복합 포장재를 사용하면서 ‘생분해성’, ‘지구에서 분해됩니다’라는 문구를 마케팅에 사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분해성 소재는 산업용 고온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분해 가능하며,
일반 가정이나 자연 환경에서는 수년간 분해되지 않는다.
3.2 소비자 오인 유발 사례
- “100% 생분해 포장”이라는 문구 사용
- 실제로는 재활용도 불가능한 소재 구조
- 분해 조건이나 기간을 명시하지 않음
3.3 실천 방안
- 생분해성 소재의 분해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
- ‘산업용 컴포스트 환경에서 분해 가능’ 문구 표시
- 가정용 퇴비화 여부를 별도로 안내
4. 제품의 수명 주기에서 탄소 발자국을 무시
4.1 성분은 ‘친환경’, 유통은 ‘고탄소’
브랜드가 사용하는 원료가 비건이고, 포장재도 리사이클 가능하다고 해도, 제품의 원료 생산 → 제조 → 유통 → 소비 → 폐기 과정 전체(=LCA, Life Cycle Assessment)에서 탄소 발자국이 높다면 이는 부분적 친환경일 뿐, 전체적으론 지속 가능하지 않다.
예시로는 다음과 같다:
- 원료는 유럽, 포장은 중국, 생산은 동남아에서 이루어진 뒤 한국으로 배송
- 항공 물류 비중이 높은 브랜드
- 리필이 없고 지속 사용이 어려운 일회성 제품 설계
4.2 실천 방안
- 제품별 탄소 배출량 측정 및 공개 (Scope 3 포함)
- 지역 공급망 확대 및 수급 체계 내재화
- 장기 사용 가능한 디자인, 리필 구조 강화
5. 비건 인증 없는 자의적 마크 사용
5.1 “우리는 비건입니다”라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비건 화장품이라는 말은 브랜드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공식 인증 없이 자체적으로 만든 비건 마크를 사용하거나 인증과 유사한 그래픽으로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경우는 명백한 그린워싱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5.2 자주 보이는 오용 유형
- 인증 없이 제품에 ‘VEGAN’ 강조 문구 삽입
- 마치 공신력 있는 인증처럼 디자인된 자체 로고
- 제품은 비건이지만 브랜드 전체는 아님에도 “비건 브랜드”로 홍보
5.3 실천 방안
- 제품 단위, 브랜드 단위 인증 여부 명확히 구분
- PETA, The Vegan Society, EVE VEGAN 등 인증 기준에 부합하는지 검토
- 인증 로고와 설명을 투명하게 병기
6.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위한 브랜드의 개선 방향
6.1 ‘전 제품군 일관성’ 구축이 핵심이다
많은 비건 화장품 브랜드가 일부 제품에서만 친환경 원칙을 적용하고, 다른 제품에는 여전히 기존의 제조 관행과 포장 방식을 유지한다. 이는 브랜드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브랜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제품군 간 일관성을 강화해야 한다.
- 동일 브랜드 내 모든 제품에 동일한 포장재 지침 적용
- 전 성분 관리 기준의 통합 (동물성 성분, 미세플라스틱, 합성방부제 등)
- 제품 수명주기 평가(LCA)를 통한 제품군별 환경 영향 비교 및 개선
6.2 ‘윤리적 투명성’은 가장 강력한 브랜딩이다
현대 소비자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아직 100%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개선 중입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브랜드에 더 깊은 신뢰와 충성도를 부여한다.
브랜드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윤리적 투명성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 제조 공정, 포장재 선택, 원료 수급에 대한 선택 기준을 공개
- 실수나 한계에 대한 설명과 개선 로드맵을 정직하게 공유
- 소비자 질문에 대한 정중하고 구체적인 피드백 제공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브랜딩을 넘어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소비자와의 ‘가치 연대’를 형성하는 핵심 조건이 된다.
결론: ‘비건’은 윤리의 시작일 뿐, 지속 가능성은 과정의 총합이다
비건 화장품은 생명을 해치지 않는 선택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윤리적 출발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제품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브랜드는 자신이 말하는 ‘비건’이 성분만의 문제가 아니라 포장, 유통, 정보 공개, 소비자 소통까지 확장된 개념임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윤리’는 이제 더 이상 마케팅 키워드로만 소비될 수 없는 가치이며, 그 가치를 지키는 브랜드만이 진짜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