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화장품과 저자극 화장품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요즘 뷰티 업계에서 ‘비건 화장품’과 ‘저자극 화장품’이라는 용어는 가장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 중 하나다.
피부에 순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 환경을 생각하는 윤리적 소비자 모두에게 이 두 가지는 마치 같은 뜻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비건 화장품과 저자극 화장품은 같은 개념일까?
두 용어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그 기준과 철학, 제조 방식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비건 화장품과 저자극 화장품의 차이를 정의, 성분, 테스트 방식, 인증 시스템, 소비자 관점에서 비교 분석하며 소비자가 스스로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정의부터 다르다: 윤리 vs 안전
1.1 비건 화장품이란?
비건 화장품(Vegan Cosmetics)은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의미한다.
그 핵심은 윤리적 가치 실현에 있다. 즉, '비건'이라는 말은 성분과 제조 과정에서 동물과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기준으로 한다.
1.2 저자극 화장품이란?
저자극 화장품(Hypoallergenic Cosmetics)은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성분을 최소화하거나 제거한 제품이다.
이 제품의 목적은 피부 반응을 줄이고 민감성 피부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주된 초점은 피부 안전성과 반응성 감소이며, 제조 과정에서 동물 실험 여부나 윤리 기준은 고려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정리하면, 비건 화장품은 ‘동물과 환경을 위한 제품’, 저자극 화장품은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2. 성분 선택의 기준이 다르다
비건 화장품은 동물 유래 성분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성분은 다음과 같다:
- 벌꿀, 밀랍, 우유 단백질
- 달팽이 점액, 케라틴, 콜라겐, 엘라스틴 (동물 유래)
- 진주 가루, 조개 추출물 등 해산물 유래 성분
반면 저자극 화장품은 이러한 성분이 들어있더라도 피부 자극이 없다면 허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꿀은 보습력이 뛰어나고 항균 기능이 있어 저자극 라인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표 원료 중 하나다.
즉, 비건 화장품은 윤리적 기준을 우선시하고, 저자극 화장품은 피부 안정성 기준을 우선시한다.
3. 인증 체계의 차이
비건 화장품은 국제적으로 다음과 같은 공신력 있는 인증을 받아야 한다:
- The Vegan Society (UK)
- PETA 인증 (미국)
- EVE VEGAN (프랑스)
- 한국비건인증원 (KAVA)
이들 기관은 원료, 제조 공정, 공급망까지 엄격하게 심사하며, 동물 유래 원료 사용 여부, 동물 실험 이력, 교차 오염 가능성까지 모두 검토한다. 반면 저자극 화장품에는 공통된 글로벌 인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저자극’을 검증한다:
- 피부과 테스트 (Dermatologically Tested)
- 알레르기 테스트 (Allergy Tested)
- 민감성 피부 대상 인체 적용 시험 결과
하지만 이 기준은 기관마다 상이하고, 자율 표기인 경우도 많아 객관성에 한계가 있다.
4. 동물실험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비건 화장품은 모든 형태의 동물실험을 반대한다. 완제품은 물론, 사용되는 개별 원료까지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야 비건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반면, 저자극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출시될 수 있다. 실제로 피부 자극 테스트나 알레르기 반응 실험이 동물 모델을 기반으로 진행된 경우도 존재한다.
따라서 ‘저자극’이라는 표기가 있더라도, 동물실험을 지양하는 소비자라면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5. 제품군과 시장 포지셔닝도 다르다
비건 화장품
- 브랜드의 철학이나 윤리 가치가 강조됨
- 주로 젠지(Gen Z), MZ세대, 환경 감수성이 높은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음
- 비건 인증을 내세운 브랜드: 멜릭서, 어뮤즈, 시드물 비건 라인 등
- 패키징까지 친환경 설계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음
저자극 화장품
- 피부 타입에 따른 문제 해결 중심
- 아토피, 지루성 피부염, 민감성 피부를 위한 기능 중심 설계
- 민감성 피부 소비자, 영유아, 임산부 타깃에 최적화
- 대표 브랜드: 아벤느, 라로슈포제, 시카플라스트 등
6. 두 제품의 교집합: 비건이자 저자극인 경우
최근에는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비건 + 저자극 기준을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제품은 다음 조건을 갖춘다:
- 비건 인증 획득
- 피부과 테스트 완료
- 무향료, 무색소, 무알코올 등의 조건 충족
- 민감성 피부 사용자 대상 임상 시험 통과
예시 브랜드:
- Biossance: 동물성 원료 미사용 + 피부 안정성 검증
- 멜릭서: 비건 인증 + 무향료 + EWG 그린등급 성분
- Beplain: 비건 인증은 없지만, 성분 설계에서 동물 유래 배제 + 저자극 테스트 통과
➡️ 이런 브랜드는 윤리와 피부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경우다.
7. 비건 vs 저자극 화장품, 누구에게 어떤 제품이 더 적합할까?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려면, 피부 상태, 가치관, 사용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7.1 저자극 화장품이 더 적합한 경우
- 아토피, 건선, 지루성 피부염 등 피부 트러블 이력이 있거나
- 레이저 시술, 필링, 각질 제거 등으로 피부 장벽이 약화된 상태
- 임산부, 영유아, 노인 등 면역 반응이 민감한 피부
- 새로운 화장품을 사용할 때 트러블이 자주 나는 소비자
저자극 화장품은 원료보다도 ‘자극을 유발하지 않도록 설계되었는가’를 중요하게 판단하므로
기능적 해결책을 원하는 경우 유리하다.
7.2 비건 화장품이 더 적합한 경우
- 동물실험에 반대하거나 윤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
- 환경 보호 및 생명 중심 가치에 민감한 소비자 (MZ세대 중심)
-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소비 습관을 실천하려는 사람
- 천연 유래, 식물성 중심의 클린 뷰티를 지향하는 경우
비건 화장품은 피부에 덜 부담스러운 성분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으나, 피부 트러블 개선을 위한 특정 기능성은 저자극 제품보다 약할 수 있다.
8. 구매 전 확인해야 할 핵심 체크리스트
8.1 비건 화장품 구매 시 체크리스트
✅ 공신력 있는 비건 인증 마크가 있는가?
(PETA, The Vegan Society, EVE VEGAN, 한국비건인증원 등)
✅ 전성분 중 동물 유래 원료는 완전히 배제되었는가?
예: 벌꿀, 우유 단백질, 케라틴, 비즈왁스 등
✅ 동물 실험 여부를 명확히 표기했는가?
'크루얼티 프리'와 '비건'은 다르므로 양쪽을 모두 확인할 것
✅ 제품 포장과 생산 과정에서도 환경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었는가?
✅ 성분이 피부 상태에 맞는가?
비건이라도 향료, 에센셜 오일 등 자극 성분은 들어있을 수 있음
8.2 저자극 화장품 구매 시 체크리스트
✅ ‘저자극’ 문구가 임의 표기인지, 임상 테스트를 거친 것인지 확인
‘피부과 테스트 완료’ 문구 뒤에 기관명, 테스트 대상 수, 결과 여부 확인
✅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나 향료, 색소 등이 제거되었는가?
피부 타입별로는 무향료, 무파라벤, 무에탄올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음
✅ 피부 고민을 개선할 기능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가?
✅ 트러블이나 예민성 피부에 대해 사전 테스트가 이루어졌는가?
9. 브랜드의 역할: 제품을 넘어서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뷰티 시장에서는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보와 철학을 투명하게 전달할 책임이 있다.
9.1 비건 브랜드라면
- 비건 인증 기준 및 절차를 상세히 안내해야 한다.
- 전성분 목록은 동물 유래 가능성이 있는 항목에 대한 부연 설명까지 필요하다.
- 생산 및 포장 공정에서 탄소 절감, 재활용 가능성 등을 공개하면 더욱 신뢰를 얻을 수 있다.
9.2 저자극 브랜드라면
- ‘저자극’이라는 마케팅 문구에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한 테스트 결과를 첨부해야 한다.
- 인체 적용 시험 결과를 실제 수치와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민감성 피부 소비자 대상 피부 안전 연구, 논문, 전문가 협업 사례를 공개하면 좋다.
브랜드가 이 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는 단지 ‘기능성’이나 ‘트렌디함’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뷰티 시장의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10. 소비자의 책임도 있다: ‘지식 있는 소비’가 선택을 바꾼다
현대의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아니다. 그들은 브랜드의 윤리, 과학적 근거, 사회적 메시지를 함께 소비한다.
비건 화장품이든, 저자극 화장품이든 소비자가 무비판적으로 마케팅 문구만 믿고 제품을 선택한다면, 브랜드 역시 성실히 제품을 개선할 유인을 잃게 된다.
소비자는 다음을 실천할 수 있다:
- 제품 라벨의 성분을 직접 찾아보고 성분 사전 또는 EWG 등급을 활용해 해석
- 브랜드의 홈페이지나 SNS에서 실제 비건 인증서, 테스트 리포트를 찾아보는 습관
- 구매 전 제품을 피부에 소량 테스트해보고, 이상 반응 여부를 체크
- 블로그 후기, 유튜브 리뷰를 참고하되 광고성 콘텐츠인지 객관적으로 판단
이러한 소비자의 자세는 비건 화장품과 저자극 화장품 모두에게 더 정직하고 투명한 기준을 요구하는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결론: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할 것인가?
비건 화장품과 저자극 화장품은 서로 다른 철학과 기준을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 비건 화장품은 ‘지구와 생명에 책임지는 선택’을 중시하며,
- 저자극 화장품은 ‘피부에 부담 없는 안전한 사용’을 우선한다.
둘 다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가 어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따라 선택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비건 인증을 받으면서도 피부과 테스트를 통과한 제품이 점차 많아지고 있으므로,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제품을 찾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