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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화장품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 과연 윤리적인가?

by ggomi-news 2025. 7. 4.

비건 화장품은 동물 유래 성분을 사용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배제하며, 환경과 생명윤리를 존중하는 철학 위에 구축된 뷰티 산업의 새로운 기준이다. 뷰티 산업에서 특히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맞춤형 포뮬러 개발, 피부 데이터 분석, 성분 추천 기술이 등장하면서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소비자에게 놀라운 수준의 개인 맞춤 경험을 제공한다. 하지만 동시에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이 윤리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기술 구조, 그리고 이 기술이 과연 ‘윤리적 소비’라는 본질적 기준을 만족시키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

 

1.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이란 무엇인가?

1-1. 데이터 기반 개인화 화장품의 진화

맞춤형 화장품은 원래도 존재해왔다. 피부 타입, 계절, 연령, 알레르기 정보 등을 기준으로 맞춤형 처방을 제안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AI 기반 기술은 이 과정을 수천 배 빠르게, 그리고 정교하게 변화시켰다.

AI 맞춤형 비건 화장품은 소비자의 피부 정보, 유전 정보, 환경적 요인,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건 기준에 맞는 성분군 중에서 가장 적합한 조합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즉, AI는 식물성 성분, 비동물 유래 추출물, 무합성 유해물질 범위 내에서 개개인의 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밀 맞춤형 포뮬러를 제공한다.

1-2. 이미 존재하는 AI 맞춤형 비건 화장품 브랜드

미국의 Proven, 한국의 네오젠, 유럽의 Skin Match Technology 같은 기업들이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와의 대화형 플랫폼 또는 설문 응답 기반의 맞춤 포뮬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공식 비건 인증을 보유하거나, 자체 비건 기준을 설정하여 기술을 접목한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다.

 

2. 기술 기반 비건 화장품의 윤리성,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2-1. 비건의 정의는 단지 ‘무동물성’인가?

비건 화장품의 핵심은 단순히 동물성 원료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진정한 비건 화장품은 생산 과정에서의 동물 고통 제거, 환경에 대한 최소한의 해악, 지속 가능한 자원 활용, 공정한 노동, 정보의 투명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AI가 생성한 포뮬러가 아무리 무동물성 성분으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그 개발 과정과 유통 구조가 비윤리적이라면 과연 그 제품을 비건이라 부를 수 있을까?

AI 맞춤 포뮬러는 이러한 다층적 윤리 기준에 대해 아직 완전한 답을 주고 있지 못하다.

2-2. 알고리즘이 놓치는 윤리적 판단의 여지

AI는 데이터 기반의 패턴 분석을 통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하지만, 윤리적 판단, 철학적 검토, 인간적 직관은 코드로 환원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성분이 윤리적으로 논란이 있는 생산지를 통해 공급되거나, 노동 착취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면 AI는 그 성분의 ‘윤리적 리스크’를 감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비건 화장품의 본질은 동물과 환경, 사람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 의식인데, AI는 지금까지 이 세 요소를 동시에 고려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3. AI 맞춤형 제품의 불투명성, 윤리의 빈틈이 될 수 있다

3-1. 알고리즘은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AI 포뮬러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분을 조합하는지에 대한 설계 구조와 논리 흐름은 대부분 비공개다. 이는 기술 보호 차원이지만, 동시에 소비자가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서 선택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비건 소비자는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AI는 알고리즘 자체가 블랙박스이기 때문에, ‘왜 이 성분이 선택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3-2. 맞춤형이라는 이유로 공식 인증을 생략하는 브랜드 증가

맞춤형 제품은 소량, 개별 생산이 많기 때문에 공식 비건 인증 절차가 생략되거나 대체되는 경우가 있다.
“당신만을 위한 포뮬러이므로, 인증할 수는 없지만 원칙은 지켰다”는 식이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의 윤리적 판단 근거를 모호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비건'이라는 이름 아래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퍼질 가능성을 높인다.

 

4. AI 맞춤 비건 제품의 윤리 실현 조건

4-1. 기술 설계에 ‘윤리 알고리즘’을 포함시켜야 한다

AI가 진정으로 윤리적인 비건 화장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피부 개선 알고리즘을 넘어서, 공급망의 투명성, 성분의 환경 영향도, 생산자의 노동 윤리 기준까지 고려하는 윤리 알고리즘이 병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기술 시스템에 통합되어야 한다:

  • 공급원 원산지 및 공정무역 여부
  • 성분의 탄소 발자국 및 생분해성 수치
  • 동물 실험 이력 및 법적 위험성
  • 노동 조건 및 제조사의 인권 실태

AI가 이 데이터를 인식하고 반영해야 진정한 윤리적 포뮬러가 가능해진다.

4-2. 소비자와의 정보 비대칭을 줄이는 기술 커뮤니케이션

비건 화장품의 가장 강력한 가치는 ‘신뢰’다.
AI 기반 맞춤형 제품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알고리즘 작동 원리와 성분 선택 과정, 공급 정보에 대한 소비자 대상 설명 체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 단지 “AI가 설계했다”는 말로 설득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는 기술이 윤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증거’로 보고 싶어 한다.

 

결론: 기술은 윤리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여야 한다

AI 기반 맞춤형 비건 화장품은 분명 피부 과학과 개인 맞춤의 미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 기술이 진정한 의미에서 비건 철학과 윤리적 소비의 원칙을 담고 있는지는 그 기술의 결과물뿐 아니라 설계 구조와 실행 방식까지 투명하게 드러나야 평가 가능하다. AI는 빠르고 정확할 수 있지만, 윤리를 감각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아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힘이다. 그렇기에 기술은 윤리를 뛰어넘으려 해서는 안 되며, 윤리적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 비건 화장품이 진정한 의미에서 기술과 윤리를 결합하려면, 이제는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철학적 질문에 대한 답변 능력까지 요구받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