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화장품

비건 화장품은 왜 비싸야만 할까?

ggomi-news 2025. 7. 3. 19:02

비건 화장품을 구매하려고 하면 많은 소비자가 가장 먼저 마주치는 현실적인 벽은 ‘높은 가격’이다.
비슷한 용량, 유사한 기능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비건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보다 평균적으로 20~50% 이상 비싼 경우가 많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성분인데 왜 이 가격인가?”, “비건이라고 꼭 이렇게 비쌀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 가격은 단순히 ‘프리미엄’이라는 마케팅 수사로 포장된 것이 아니다.
비건 화장품의 가격에는 윤리성, 품질, 인증, 유통, 지속 가능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비건 화장품이 왜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는지, 그 구체적인 가격 구조와 시장 메커니즘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비건 화장품은 왜 비싸

 

 

1. 비건 화장품은 무엇이 다른가?

1-1.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전 성분 구성

비건 화장품은 콜라겐, 라놀린, 밀랍, 카마인, 실크 단백질 등 동물 유래 성분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성분들은 일반적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단가가 저렴한 반면, 이를 대체하는 식물성 원료나 합성 성분은 연구 개발과 추출, 정제 과정이 훨씬 복잡하고 고비용 구조다.

예를 들어, 동물성 콜라겐 대신 사용되는 바이오 기반 식물성 콜라겐은 개발 단가가 훨씬 높고, 카마인을 대체하는 무기 색소나 식물성 색소 역시 발색력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기술적 공정이 필요하다.

1-2. 비건 인증을 위한 절차와 비용

비건 화장품은 단순히 성분만 바꾸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식 비건 인증기관의 기준을 충족하고, 그에 따른 검수와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PETA, The Vegan Society, Leaping Bunny, Vegan Action 등은 제품별 전 성분 검토, 제조 설비 점검, 원료 공급망 추적, 문서 제출, 정기 갱신 비용을 요구한다. 이 과정은 일반 화장품에 없는 단계이며, 제품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 수 있으며, 이 비용이 결국 최종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2. 생산과 공급망 구조의 차이

2-1. 대체 성분의 원료비 자체가 높다

비건 화장품에 사용되는 대체 성분은 공급량이 제한적이며, 일반 원료보다 단가가 1.5배~5배 이상 높은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식물성 왁스(칸델릴라, 카르나우바)는 비즈왁스보다 2~3배 비싸고, 식물성 펩타이드는 동물성 단백질보다 정제 과정이 복잡하여 단가가 훨씬 높다. 또한, 공정무역 원료나 유기농 인증 원료를 사용하는 경우, 지속 가능성과 윤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프리미엄 비용이 추가된다.

2-2. 생산 공정의 제한과 효율성 저하

비건 화장품은 동물성 원료와 접촉을 피해야 하므로, 전용 라인에서의 생산이 요구된다.
이는 기존 생산설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며, 소량 생산 → 생산 단가 증가 → 원가 상승이라는 구조로 이어진다.

또한, 비건 인증 기준을 지키기 위해 공장 내 세척, 분리 보관, 교차 오염 방지 절차가 필요하며, 이 역시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고 비용을 증가시킨다.

 

3. 유통, 마케팅, 포장까지 고려한 비용 상승

3-1. 소량 유통 구조

비건 화장품은 아직까지 시장 내 점유율이 낮은 틈새 제품군으로 분류된다.
일반 화장품보다 유통량이 적고, 이를 취급하는 유통사도 한정적이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아 유통 마진과 물류 비용이 더 높게 책정된다.

또한, 제품군별로 소비자 세분화가 뚜렷해, 대량 프로모션보다는 정교한 타깃 마케팅이 필요하며, 이는 마케팅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3-2. 친환경 포장과 지속 가능 자재

비건 화장품 브랜드의 다수는 재활용 가능 소재, 생분해성 포장재, 리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PLA, 유리병, FSC 인증 종이 등은 일반 플라스틱보다 단가가 2~4배 이상 높으며, 유통 중 파손 위험이 있어 별도의 보완 포장과 물류 설계가 필요하다. 이처럼 비건 철학을 제품 외부까지 일관되게 적용하기 위한 추가 비용이 또 한 번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4. 브랜드의 철학과 비즈니스 구조

4-1. 빠른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브랜드

비건 화장품 브랜드는 대부분 단기 수익보다는 브랜드의 철학, 윤리,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시한다.
이들은 원가 절감보다 ‘가치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며, 공급망, 인건비, 친환경 포장 등에서 비용을 줄이기보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다. 그 결과, 공정 임금 지급, 투명한 계약, 지역 원료 사용 등으로 인해 일반 브랜드보다 고정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4-2. 소수의 충성 고객에게 프리미엄 전략

비건 화장품은 대중적 보급형보다 ‘신념 기반 프리미엄’으로 포지셔닝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윤리적 소비자나 채식주의자, 환경주의자를 중심으로 한 충성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며,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지 않는 전략을 채택하기도 한다.

 

 

5. 비싸지만, 값어치를 하는가?

5-1. ‘비건 프리미엄’은 과연 정당한가?

소비자는 비건 화장품의 가격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보다, 그 가격이 왜 그렇게 책정되었는지를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브랜드가 실제 원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단순히 ‘비건’이라는 이유로 마진을 과도하게 붙인다면 이는 그린워싱 혹은 비건워싱에 해당한다. 그러나 정당한 원료비, 인증 비용, 지속 가능성 투자, 생산 방식의 제한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가격 상승이라면, 이는 단순히 ‘프리미엄’이 아닌 윤리적 가격 구조(Ethical Pricing)로 볼 수 있다.

5-2. 윤리와 품질을 모두 담은 가격

비건 화장품은 가격만 높고 품질이 낮다는 오해를 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기술력 있는 성분 배합, 고급 원료, 피부 안전성 테스트 등에서 우수한 경우가 많다. 즉, 이 가격은 윤리성에만 기댄 마케팅이 아니라, 기능성과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이 결합된 복합적 가치의 결과다.

 

결론: ‘비싸다’가 아니라 ‘정당한가’를 묻는 시대

비건 화장품의 가격은 단지 성분이나 기능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윤리, 환경, 노동, 지속 가능성에 대한 총합적인 대가다.
이제 소비자는 “왜 비싸지?”라는 질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가격이 정당한가?”, “이 브랜드는 그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비건이라는 이름을 진정한 가치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