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화장품

화장품 브랜드들이 비건 화장품으로 전환하는 진짜 이유

ggomi-news 2025. 6. 29. 19:00

최근 수년 사이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들이 앞다퉈 비건 화장품 라인업을 확대하거나 브랜드 전체를 비건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변화 때문일까? 아니면 소비자의 윤리적 가치에 부응하는 마케팅 전략일까?

이번 글에서는 화장품 기업들이 왜 지금 비건 화장품으로 전환하고 있는지, 겉으로 드러난 이유와 실제로 작동하는 핵심 동인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단순한 트렌드로 치부하기엔 너무 빠르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이 변화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전략과 시장 구조가 숨어 있다.

비건 화장품으로 전환하는 이유

 

0. 비건 화장품의 정의와 브랜드 전환의 의미

비건 화장품이란 동물 유래 원료를 포함하지 않으며, 제품 개발 및 생산, 유통 전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화장품 브랜드가 비건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단지 성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공급망, 생산 공정, 인증 체계,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뜻한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단기적 마케팅 이슈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브랜드 전환이 이뤄지는 진짜 배경을 알아보자.

 

1. 소비자의 가치 중심 소비 확대

윤리적 소비는 단순 유행이 아니다

현대 소비자는 제품의 가격, 품질, 디자인뿐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고려해 소비를 결정한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사용하는 화장품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는지, 환경을 해치지 않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2024년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 소비자의 64%가 화장품 구매 시 ‘비건 여부’를 고려
  • 38%는 비건 인증 마크가 제품 신뢰도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고 응답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감성적인 트렌드가 아니라, 구매의 핵심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는 이 흐름에 적응하지 않으면 점차 외면받는 구조에 놓인다.

 

2. 글로벌 규제 강화와 수출 전략

EU를 비롯한 비건 중심 규제 국가의 확대

화장품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과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출 대상 국가의 법적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 인도, 이스라엘, 호주 등에서는 이미 화장품 동물실험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는 비건 또는 크루얼티 프리 인증을 실질적 통관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기업이 수출 확대를 노리는 경우, **비건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인증 기반 수출 시스템의 필요성

  • PETA, The Vegan Society, Leaping Bunny 등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인증 기관이다.
  • 인증 없이도 국내 유통은 가능하지만, 글로벌 유통망 진출을 위해서는 국제 인증이 사실상 필수다.

결과적으로, 비건 전환은 해외 시장에서 생존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3. ESG 경영과 기업 이미지 제고

비건 = ESG 시대의 ‘화장품 필수 조건’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는 기업 운영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투자자와 소비자는 이제 브랜드가 얼마나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

비건 화장품은 다음과 같은 ESG 가치를 내포한다.

  • Environmental: 동물성 원료 생산의 탄소 배출, 자원 소모 최소화
  • Social: 동물권 존중, 윤리적 생산 공정
  • Governance: 투명한 성분 공개, 인증 체계 도입

따라서 비건 전환은 단순한 상품 혁신이 아니라, 기업 전체의 ESG 전략과 맞물려 있는 구조적 변화로 작동한다.

 

4. 동물성 원료의 원가·수급 불안정 문제

지속 가능한 공급망 확보의 필요성

동물 유래 성분은 환경적, 윤리적 문제 외에도 공급의 불안정성과 원가 변동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콜라겐, 케라틴, 라놀린, 카마인 등은 특정 국가, 계절, 축산업 환경에 따라 가격과 품질이 급격히 변동한다.

반면, 식물성 대체 원료는 배양, 합성, 유전자 조작 등을 통해 실험실 내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며, 가격 안정성과 품질 균일성 확보가 유리하다.

이는 기업이 중장기적 수익성과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건 성분으로 전환할 유인을 제공한다.

 

5.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의 진화

비건은 ‘차별화’가 아니라 ‘기준’이 되었다

초기에는 비건 화장품이 브랜드 차별화 포인트였다면, 이제는 오히려 비건이 아니면 역으로 소비자의 의심을 받는 시대다.
이는 브랜드가 비건을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필수 요소로 채택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 비건 인증 마크는 제품 신뢰도를 상승시키는 가장 직관적인 수단
  • SNS, 인플루언서, 소비자 리뷰에서도 ‘비건 여부’가 핵심 평가 기준으로 작용
  • 소비자 커뮤니티에서 비건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구매 보류 대상으로 전환

이런 환경에서는 브랜드가 비건을 선언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될 수 있다.

 

6. 기술 발전으로 인한 실현 가능성 상승

대체 성분 개발과 제품 효능의 상향 평준화

예전에는 비건 화장품이 피부에 순하지만 효과는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물성 콜라겐, 식물 유래 레티놀, 식물성 글리세린 등 고기능 대체 원료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비건 제품도 고효능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공 피부, 세포 기반 실험, 인실리코(컴퓨터 모델) 기술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성 평가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비건 전환의 기술적 장벽이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결론: 비건 전환은 ‘윤리’가 아니라 ‘전략’이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비건으로 전환하는 이유는 단순히 도덕적 선택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동물권 보호와 환경 문제에 대한 진심도 작용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 행동의 변화, 글로벌 규제 환경, ESG 투자 기준, 기술 혁신, 생산 효율성 향상이라는 다층적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비건 화장품은 더 이상 틈새 시장이 아닌 산업 구조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는 지속 가능한 생존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